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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4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 좋다는데 코스피는 왜 빠지죠?

by NIMMIN 2022. 10. 14.

원화값 하락 속도가 가파르다. 달러당 원화값은 28일 장중 한때 1440원 밑으로 추락하다가 18.4원 떨어진 1439.9원으로 마감했다. 일주일 새 3.2%, 한 달 새 6.2%나 급락했다. 주요 국가 중 파운드화 폭락 사태를 겪었던 영국을 제외하고 하락폭이 가장 크다. (중략) 경제의 기초체력도 튼튼하지 못하다. 무역수지는 매월 적자를 내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나면 달러 공급이 줄어들고 원화값은 더 떨어진다. -2022년 9월 28일 매일경제

이른바 '킹달러'로 온 나라가 난리입니다. 최근 경제기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환율' 또는 '달러'가 아닐까 싶을 정도인데요.

환율이 오르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많은 분들이 해외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기업이 돈을 잘 벌게 된다고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주가 상황을 보면 맞는 말 같아보이지 않습니다. 환율이 올라서 주가도 상승했다는 수출 대기업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잘 된다면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코스피 지수도 덩달아 올라야 하는 것 아닐까요?

환율과 주가의 상관관계는 사실 교과서와 현실의 괴리가 가장 큰 부분 중에 하나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이번에는 환율이 올라도 수출기업 주가가, 마찬가지로 코스피도 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원자재 가격 오르고, 달러빚도 늘고…수출기업도 힘들어요



우리나라 수출 품목 1위는 반도체, 2위는 자동차입니다. 이들 업종 대장주의 주가 상황은 환율과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 -29%, 현대차는 -20%나 빠졌습니다. 환율이 올랐는데 대표적인 수출주의 주가는 곤두박질을 친 것입니다.

일단 환율시장의 상황부터 짚고 넘어가야 겠습니다. 현재 달러는 초강세, 원화는 약세인 시장입니다. 그런데 원화만 약세인 것이 아닙니다. 다른 주요국 통화가 모두 약세입니다.

예를 들어 올해 원/달러 환율은 1186원에서 1420원선으로, 19.7% 상승했습니다. 그런데 엔/달러 환율도 급등했습니다. 연초 1달러당 104엔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146엔선입니다. 40.4% 뛴 것이죠. 이렇게 되면 한국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일본기업을 당해내기 어렵습니다. 미국시장에서 미국기업보다는 유리한 환경일 수는 있어도 일본기업보다는 못한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또 환율이 10% 하락하면 매출이 10% 는다는 것은 모든 부품을 국내에서 조달한다는 가정에서 그런 것입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기업이 생산을 위해 수입하는 원자재나 부품의 가격도 덩달아 상승하게 됩니다. 사실 삼성전자, 현대차 정도는 수출기업이 아니라 글로벌기업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해외에서 수입하는 원자재와 부품의 비중이 높을수록, 해외에서 가동하는 공장의 규모가 클수록 환율 효과는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300원을 뚫고 1400원마저 돌파하면서 최근 새로운 변수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바로 외화 부채입니다. 외화 부채란 국내 기업이 국외의 은행에서 빌린 달러빚을 말합니다. 미국에서 공장을 지으려고 미국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부채 중에서도 원화 부채가 아닌 외화 부채가 되는 것입니다. 달러빚을 졌는데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빚이 이전보다 더 커지게 됩니다. 대차대조표에서는 부채가 이전보다 늘어나게 되고, 늘어난 부채는 손익계산서에서 영업외 비용으로 반영되게 됩니다.

원/달러 환율이 적당한 수준을 넘어서서 상승하게 되면 가격경쟁력 상승에 따른 매출 증가분보다 외화 부채 증가폭이 더 커지게 됩니다. 자동차가 작년보다 20%, 30% 싸졌다고 해서 차 1대를 살 사람이 2대를 사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전세계는 높은 물가상승률 탓에 전반적인 구매력이 이전보다 더 떨어진 상황입니다. 반면 외화 부채는 환율 상승을 정직하게 반영합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3분기 현대차가 환율 상승으로 8000억원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누렸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하지만 10조원에 달하는 외화 부채에서 6000억원 가량의 환차손이 발생하며, 이익 증가분을 상당부분 잠식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기업의 주가가 호조세를 보인다는 일반 경제상식과 달리 최근 환율 상승으로 수출 대기업과 코스피가 동반 급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환차손을 입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로 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모습 [이승환 기자]
환율 오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환손실…환율이 떨어져야 주가가 오른다



지난 수십년을 훑어봤을 때 주식시장의 움직임이 교과서에 쓰여진 서술과 다르게 움직이는 상황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금리가 상승할 때 주가는 올랐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환율이 오를 때 주가가 오히려 하락했다는 것입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 중심 경제인 우리나라의 투자 매력이 높아져서 코스피가 올라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직접 관찰하고 있듯이 주가는 현재 하락 중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지난 2009년 당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위협할 때 코스피는 1000을 간신히 넘었습니다. 반면 코스피가 2400을 넘었던 지난 2017년 당시 환율은 1000원선 후반이었습니다. 코스피가 처음으로 2000선을 돌파하던 2007년 환율은 1000원에도 못 미쳤습니다.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환율을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뉴욕에 살고 있는 투자자가 원/달러 환율 1000원일 때 삼성전자 주식을 1만달러어치 샀다고 합시다. 당시 기준으로는 1000만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산 것입니다. 그런데 환율이 1500원이 됐습니다. 삼성전자 주식은 그대로 1000만원이라고 하더라도 달러로 환전하면 6666달러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환율 탓에 발생하는 3334달러의 손실을 환차손이라고 합니다. 환율이 상승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차손을 입고, 환율이 하락하면 환차익을 얻게 됩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도 외화 자산에 투자할 때는 환율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터키 국채는 1년물 금리가 15% 정도 됩니다. '1년 안에 터키가 망하지 않으면 15%를 먹을 수 있는 것 아냐?'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터키 리라화의 가치는 연초 대비 50% 정도 폭락했습니다. 달러로 환전해서 계산해보면 엄청난 손실이 나는 투자인 것입니다.

우리나라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11조3187억원, 코스닥 시장에서는 4조612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습니다. 코스피가 연초 대비로 26.9% 하락했고 환율은 20% 가량 올랐으니 외국인 투자자들도 막대한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율이 고점을 찍었다고 생각될 때 다시 국내 시장으로 유턴할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더 탄탄하고 잘 나가는 미국의 금리가 우리보다 더 높고 이런 상황은 한동안 지속될 것입니다. 국내에 있던 외국 자본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면, 무역수지 흑자로 달러를 되찾아와야 하는데 지금은 무역수지도 적자입니다.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곧 떨어지겠다는 기대를 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환율과 관련해 눈여겨볼 투자자들의 동향이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환차손을 우려해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는데 환율 하락에 베팅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는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환율이 고점을 찍은 것으로 보고 달러 선물 인버스나, 달러화 가치 하락의 2배를 추종하는 달러 선물 곱버스 ETF를 사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는 것인데요.


사실 환율은 전문가들도 예상하기가 쉽지 않은 영역입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도박이나 다름 없는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연초까지만 해도 환율이 1300원을 넘을 것이라고 본 전문가도 거의 없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드립니다. 환율은 예측이 아니라 대응의 영역입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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